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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정보

트라우마와 로고테라피

트라우마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고통과 상처를 경험하게 된다. 이 중에서도 특별히 깊은 심리적 상처를 남기는 경험을 우리는 흔히 '트라우마'라고 부른다. 교통사고, 재해, 신체적 폭력이나 성적 학대, 전쟁 경험과 같은 극심한 사건들은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트라우마의 범위는 이처럼 극단적인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정 내의 지속적인 갈등, 부모의 이혼, 실연의 아픔, 주변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같은 개인적 사건들도 얼마든지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트라우마는 단순히 '기억하기 싫은 일' 정도의 의미가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트라우마는 개인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강력한 정서적 충격을 유발하며, 이에 따라 심리적 고통과 불안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상태를 의미한다. DSM-5에서는 트라우마 사건 후 반복되는 악몽이나 플래시백, 사건과 관련된 자극을 회피하려는 경향, 지속적인 불안과 과민함 등을 트라우마의 핵심적 증상으로 본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그 사건이 지난 후에도 계속해서 그 기억이 떠올라 괴로워하거나, 그 상황을 피하려고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점점 자신을 고립시키거나, 외부 자극으로부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면 결국 만성적인 우울, 불안장애,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라우마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관점

심리학적 관점

심리학에서 트라우마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강렬한 스트레스 경험을 마주했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 반응으로 정의한다. 특히 교통사고, 재난, 폭력, 학대 등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을 때, 그 기억이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반복적인 불안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이때 개인은 사건 당시의 공포와 무력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심리적 후유증을 겪는다. 심리학은 트라우마의 원인을 사건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지각하고 인지했는가에 중점을 둔다. 동일한 사건을 겪었더라도 개인의 성격, 회복탄력성, 지지체계에 따라 트라우마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학적 관점

상담학에서는 트라우마가 주로 개인의 과거 경험과 현재의 자기 인식 및 대처 능력 간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한 사람이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그 사건을 건강하게 소화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자기 인식과 낮은 자존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상담학적 관점에서는 개인의 사회적 지지망의 부족과 소통의 어려움이 트라우마를 만성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뇌과학적 관점

뇌과학은 트라우마가 뇌의 특정 영역과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충격적인 사건은 뇌의 편도체를 과도하게 활성화해 공포 반응을 강화하고, 해마의 기능을 손상시켜 기억을 부정확하거나 과장되게 저장하게 만든다. 이렇게 왜곡된 기억과 감정은 쉽게 재생되고 과장된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며, 사건 이후에도 지속해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뇌의 변화는 장기적인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로고테라피 관점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은 트라우마의 근본적 원인을 '의미의 상실'에서 찾는다. 그는 트라우마가 단순히 사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이 개인에게 가져다주는 의미의 파괴와 삶의 방향성 상실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았다. 프랭클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때 회복력을 발휘하지만, 그 의미를 잃어버리면 트라우마가 만성적인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트라우마와 로고테라피

첫째, 태도적 의미의 발견하기

로고테라피에서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태도적 의미를 찾는 것이다. 프랭클은 사람이 극복할 수 없는 환경이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심각한 장애를 얻은 사람이 그 사고를 단지 불행으로만 여기기보다는, 그 경험을 통해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새로운 목적을 발견하는 식이다. 이러한 태도적 의미의 발견은 고통의 무게를 줄여주고, 삶의 방향성을 새롭게 설정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둘째, 창조적 의미의 추구하기

창조적 의미란 무언가를 만들거나 성취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삶의 의미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그 사건으로 인해 삶의 목적이나 꿈을 잃어버리기 쉽다. 이때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 다시 삶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다. 예컨대 글쓰기,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적 표현이나, 봉사활동과 같은 사회적 기여 활동을 통해 자기 경험을 창의적으로 표현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은 트라우마의 기억이 더 이상 고통의 원천이 아니라 성장과 의미의 원천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셋째, 체험적 의미의 회복하기

체험적 의미는 사랑과 관계, 인간적 유대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미다. 트라우마는 종종 사람을 고립시키고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로고테라피는 타인과의 깊은 연결과 공감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나누거나,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집단 상담에 참여하여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트라우마가 야기한 고립과 상처에서 벗어나 보다 건강한 관계와 삶의 의미를 재구성할 수 있다.

결론

삶은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고통을 던진다. 때로는 그 고통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 삶 자체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로고테라피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이 고통 속에서도 내가 찾아야 할 의미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는 순간, 우리는 트라우마의 피해자가 아닌 그 트라우마를 이겨낸 주체로 다시 태어난다. 고통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고통이 너무 커서 그 의미를 찾기 어렵다면,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가 우리의 삶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고통 속에서조차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트라우마는 더 이상 우리의 삶을 가로막는 벽이 아닌, 더 큰 의미와 성장을 향한 계단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