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를 바 없던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던 민수는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과 함께 극심한 공포를 경험했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손발은 저리며 식은땀이 났다. 그는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아본 결과, 신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민수가 겪은 것은 바로 '공황발작'이었다.
공황발작이란 갑자기 극도의 불안과 공포가 밀려오는 현상으로, 심장 박동 증가, 호흡곤란, 어지러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공황발작은 대개 10분 이내에 정점에 도달하며, 실제 생명에는 아무런 위협이 없지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극도의 공포를 준다. 공황발작을 한 번 경험하면 언제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인해 외출이나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게 되고, 결국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공황발작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를 로고테라피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수 있으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공황발작의 원인
우선 심리학적 관점에서 공황발작은 주로 무의식적으로 억압된 감정이나 스트레스가 갑작스럽게 표출될 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억압된 감정이나 무의식적인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전환장애'로 설명했으며, 현대 심리학에서도 억눌린 감정이나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공황장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뇌과학적 관점에서는 공황발작의 원인을 주로 자율신경계의 불균형과 뇌의 특정 영역에서 일어나는 신경학적 이상으로 설명한다. 특히 뇌의 편도체(amygdala)는 공포 반응과 관련된 영역으로, 편도체가 과민하게 활성화되면 외부의 실제 위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체가 극도의 비상 상태에 돌입하는 반응을 유발한다. 이때 아드레날린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는 등 공황발작의 전형적인 신체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인지 행동적 관점에서도 공황발작의 원인을 설명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개인이 자신의 신체적 반응을 과장되게 해석하거나 파국적으로 받아들일 때 공황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가벼운 어지러움이나 심장 두근거림과 같은 정상적인 신체 반응을 느낄 때, "이러다 내가 죽는 건 아닐까?"라는 부정적이고 과장된 생각이 공황발작을 촉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고테라피 관점에서는 공황발작의 근본적 원인을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은 공황발작이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이거나 신체적 반응을 잘못 해석한 것 이상의 깊은 실존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았다. 프랭클은 현대인의 불안과 공황의 근본 원인을 삶의 의미 상실, 즉 '실존적 공허'에서 찾았다. 삶에서 뚜렷한 목표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지속적인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공황발작이라는 형태로 표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고테라피는 공황발작을 단지 병리적 증상으로 보지 않고,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점검하라는 신호로 해석한다. 따라서 로고테라피는 공황 증상을 없애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이를 통해 내담자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황발작과 로고테라피
그렇다면 로고테라피는 공황발작을 겪는 이들에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첫째, 로고테라피는 공황발작 자체를 없애려 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삶의 의미 상실과 실존적 불안을 직시하도록 돕는다.
자기 삶이 공허하고 방향성이 없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불안과 공포에 더욱 취약해진다. 따라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삶에서 진정한 의미를 주는 활동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로고테라피는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태도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황발작을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불안은 더욱 커진다. 오히려 프랭클은 불안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며, 그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태도를 선택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공황발작을 경험할 때 "이 불안은 금방 지나갈 것이고,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더 강해지고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이를 통해 공황발작은 점점 통제력을 잃고, 삶의 일부로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로고테라피는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하도록 한다.
삶의 의미가 분명해질 때, 불안과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약화한다. 매일의 일상에서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거나, 타인을 돕는 활동, 자신만의 창조적인 취미 생활 등에서 의미를 발견하면 내면의 공허감이 줄어들고, 불안과 공황발작의 빈도와 강도 또한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로고테라피는 불안 장애와 공황 장애의 치료에서 좋은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의미 중심적 접근을 통해 환자들이 불안과 싸우는 대신 삶의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황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도록 돕는다.
맺음말
공황발작은 겉으로는 갑작스럽고 무작위로 나타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실존적인 고민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로고테라피는 이러한 공황발작을 단지 병리적인 증상으로 취급하지 않고, 삶에서 진정 중요한 의미를 찾을 기회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공황발작을 겪는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극복하거나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내면의 불안과 삶의 목적을 점검할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로고테라피의 도움을 받아 자기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의미를 찾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면 공황발작의 영향력은 점차 약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공황발작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더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돕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로고테라피가 전하는 메시지처럼, 공황발작이라는 어려움 앞에서도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유지할 때, 우리는 불안을 넘어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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