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15%를 소셜미디어에 쓰고 있다
마케팅·컨설팅 업체 ‘케피오스(Kepios)’가 발표한 분기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60.6%에 달하는 약 48억8천만 명이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체 인터넷 사용자 수의 94%에 달하는 높은 비율이며, 매초 신규 사용자가 평균 5.5명씩 증가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2023년 기준).
전 세계 인구가 하루 평균 소셜미디어에 들이는 시간은 2시간 26분. 이를 수면 시간을 7~8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깨어 있는 시간 중 약 15%를 SNS 활동에 할애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수치 역시 어디까지나 ‘평균’일 뿐이며, 실제로 더 많은 시간을 SNS에 쓰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결국 우리는 매일 같이 깨어 있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소셜미디어에 연결된 채 보내게 된다. 그 공간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올라오는 피드처럼 언제나 환하고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한가? 아니면 “나만 행복하지 않은 걸까?”라는 자책에 점점 빠지고 있는가?
소셜미디어가 만드는 실존적 공허
비교가 불러오는 자기 의심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사람들은 자신의 ‘하이라이트 순간’만 기록해 두는 경우가 많다. 눈부신 여행지 풍경이나 고급 식당, 근사한 파티 등에 대한 게시물이 넘쳐나니, 이를 본 사람들은 “왜 나만 이렇게 평범하지?”라며 자기 삶을 상대적으로 하찮게 느끼곤 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이렇게 사는 내 인생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라는 실존적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직장인 지호는 같은 연령대 친구들이 차를 자랑하는 모습을 SNS에서 볼 때마다 마음이 답답해진다. 가만히 보면, 사실 지호 자신도 적잖은 성취를 이루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에도, 타인의 ‘화려함’에 가려져 자신을 과소평가한다. 그 결과 “나는 무엇을 위해 이 힘든 일을 계속하는 걸까?”라는 회의감이 깊어지고, 내 삶의 방향성마저 흔들리는 실존적 공허에 빠지기 쉽다.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 속의 고립감
소셜미디어는 늘 곁에 있어 사람들이 언제든지 다른 이들과 “연결”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진이나 글, 짧은 댓글 교환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을 깊이 공유하기보다는, 그저 반응의 ‘숫자’를 확인하는 데 그치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연결되지 못했다”는 느낌이 커지면, 자기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실존적 공허가 쉽게 찾아온다.
예컨대 대화를 통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아야 할 시점에, 단지 ‘이모티콘’ 몇 개로 소통이 끝나 버린다면 어떨까. “내가 정말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만하다. 이처럼 피상적인 연결이 쌓이면, 내 삶이 과연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의미로 이어져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점점 잃어가게 된다.
소셜미디어에서 실존적 공허가 깊어지는 이유
타인의 기준에 갇혀 내 삶을 잃어버리는 과정
소셜미디어는 트렌드를 빠르게 퍼뜨린다. “이번 휴가는 여기가 핫플레이스다”, “이 정도는 먹어 줘야 살지” 같은 내용이 쉴 새 없이 올라오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남들이 하는 대로 쫓아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정말 이런 걸 좋아해서 하는 걸까, 아니면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걸까?”라는 회의감이 들게 되고, 결국 내 삶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세우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과몰입
남의 사진, 남의 글, 남의 성공 스토리를 소비하느라 정작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돌아볼 시간이 부족해진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소셜미디어 속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구경하는 데 시간을 다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때 서야 “그렇다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쓰며 살아가는가?”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바로 이 지점이, 실존적 공허를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 될 수 있다.
비교에서 비롯되는 자기 존중감 하락
타인의 삶과 내 삶을 끊임없이 비교하다 보면, 나 자신이 이룬 성취나 소소한 즐거움은 하찮게 느껴진다. 소셜미디어로 인해 사람들은 “남들보다 성공하지 못하면, 삶의 의미도 없어지는 것 아닐까?”라는 극단적 사고에 빠지기 쉽다. 내 안에서 나오는 가치관이나 목표보다는, 외부에서 보이는 기준에 몰두하게 되기 때문이다.
얕은 연결이 빚어내는 고립감
소셜미디어에서 수백 명의 친구를 맺고, 매일 수십 개의 댓글을 주고받는다 해도, 실제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어”라는 착각에 빠진 사이, 정작 내면은 진짜 교류가 부족해 점점 공허해진다. “과연 이들은 내가 힘들 때도 내 곁에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삶의 의미는 더욱 흔들린다.
실존적 공허 자가진단
아래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질문들이다. 전문적인 검사나 상담을 대체할 수 없지만, 만약 다수 항목에서 “그렇다”라는 응답이 나오면 소셜미디어를 하면서 실존적 공허를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시간이 많지만, 막상 소셜미디어를 보면서도 속이 허전하다고 느낀다.
-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을 볼 때마다 “왜 나만 이렇게 별 볼 일 없지?”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 새 게시물을 업로드하기 전,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이 든다.
- 소셜미디어 창을 닫고 나면 “나는 왜 이렇게 살지?”라는 막막함이 늘어나거나, 우울감이 밀려온다.
- 누군가 내 게시물에 반응이 없으면 “내가 별 가치 없는 존재인가?”라는 감정이 드는 순간이 있다.
- 메신저나 댓글로 수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정작 속마음을 깊이 나눌 상대가 없다고 느낀다.
- 소셜미디어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소외”라는 불안감에 실행하지 못한다.
-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느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나 목표를 잊고 지낸다는 느낌이 든다.
맺음말
소셜미디어는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정보 교류와 즐거움을 제공하고, 때로는 좋은 인연도 만들어 주는 도구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비교’와 ‘얕은 연결’의 장으로 변모할 때, 스스로가 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한층 날카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상태를 외면하면, 일시적인 즐거움이나 시각적 자극으로 그 허무함을 덮기 위해 더욱 소셜미디어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내 안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실존적 공허를 인정하고, 소셜미디어 사용을 좀 더 주체적으로 바라본다면, 생활의 방향을 조정할 작은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왜 그것이 내게 의미가 있는지”를 흔들림 없이 깨닫는 일이다. 소셜미디어가 즐거움과 연결을 제공하는 동시에, 실존적 공허를 부추기는 양면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며 내 삶의 의미를 조금씩 확립해 나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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